타인의 취향을 바라보며 나를 돌아보다. 영화 타인의 취향

사람을 만나면 우리는 생각보다 빨리 그 사람을 판단합니다.
하지만 그 판단은 얼마나 정확할까요?
영화 〈타인의 취향〉(Le Goût des autres, 2000)은 바로 그 ‘취향’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면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영화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극을 보러 간 남자
주인공 카스텔라는 자수성가한 사업가입니다.
어느 날 아내와 연극을 보러 갔다가 배우 클라라를 보게 됩니다.
클라라가 연기한 라신의 연극에 매료된 카스텔라는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고,
그녀를 만나기 위해 클라라의 영어를 수업을 받기 시작합니다.
문제는 두 사람이 너무 다르다는 것입니다.
카스텔라는 예술이나 문학에는 큰 관심이 없는 사람입니다.
반면 클라라는 연극과 문학을 사랑하고 자신의 세계가 분명한 사람입니다.
카스텔라는 클라라에게 다가가기 위해 그녀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알아갑니다.
연극을 보고, 그림을 사고, 그녀의 주변 사람들과 어울립니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의 세계에 들어가기 위해 자신의 세계를 조금씩 넓혀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클라라와 그녀의 친구들은 카스텔라를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돈은 있지만 문화적으로 세련되지 못한 사람.
그들의 기준에서 보면 카스텔라는 자신들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취향에도 ‘우열’이 있을까
영화를 보면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이것이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취향을 아주 개인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취향을 가지고 사람을 평가하기도 합니다.
어떤 음악을 듣는지, 어떤 책을 읽는지, 어떤 그림을 좋아하는지를 보고 그 사람의 수준까지 판단해 버립니다.
영화 '타인의 취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연극과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한 차원 더 높은 세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카스텔라는 재산은 쌓았지만 그 예술적 자산은 없습니다.
그런데 영화는 카스텔라의 행동을 통해 새로운 관점을 보여 줍니다.
남들이 뭐라 해도 자신만이 매료되는 예술적 감정선이 있다는 것을 약간 코믹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동료의 작품을 사고 주문을 의뢰하는 과정에서 클라라는 죄책감을 느껴,
카스텔라에게 자신 때문에 이용당하는 것 같아 걱정된다고 하지만, 카스텔라는 오히려 자신의 선택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사들인 칙칙한 작품을 집안에 들여놓습니다. 그것을 본 아내는 인상을 쓰며 어울리지 않는다고 떼어내라고 하자,
카스텔라는 이 집에 자신의 취향대로 선택된 것이 하나라도 있냐고 소리칩니다.
카스텔라의 취향이 진심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취향이 존중받고 있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영화는 우리에게 묻는 것 같습니다.

‘좋은 취향’이라는 것은 정말 존재하는 걸까?
아니면 우리가 살아온 환경과 교육,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기준을 좋은 취향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랑은 취향이 같은 사람을 만나는 것일까
카스텔라는 어쩌면 클라라만 좋아하게 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몰랐던 세계를 좋아하게 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이해하려고 하다 보면 나도 몰랐던 나의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나에게는 아무 의미 없던 음악이 좋아지기도 하고, 관심 없던 영화나 책에 마음이 가기도 합니다.
타인의 취향을 바라보는 순간 결국 나의 취향도 함께 들여다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나는 왜 어떤 사람을 세련됐다고 생각하고, 어떤 사람을 촌스럽다고 생각할까.
어쩌면 나의 취향이라고 믿었던 것 중 상당 부분은 내가 살아온 환경과 경험에서 나온 것일 테죠.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취향이 확고해지는 동시에,
경험이 축적될수록 다른 사람의 취향을 조금 더 편하게 바라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 사람은 저런 것을 좋아하는구나.’
그것으로 충분할 때도 있습니다.
〈타인의 취향〉은 드라마틱한 사건이 일어나는 영화는 아닙니다.
사람을 만나고, 좋아하고, 오해하고, 서로의 세계를 조금씩 알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취향은 사람을 구분하는 기준이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나에게 없던 세계를 보여주는 통로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타인의 취향’을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됩니다.
나와 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것은,
어쩌면 내가 몰랐던 또 하나의 세계를 만나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 기본정보
제목: 타인의 취향
원제: Le Goût des autres
개봉: 2000년 프랑스
장르: 드라마·코미디
감독: 아녜스 자우이
주요 출연: 장 피에르 바크리, 안 알바로, 아녜스 자우이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