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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의 깨달음6

큰 어머니의 선물 배우 김수미 씨가 세상을 떠나던 날, 저녁 큰어머니도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큰어머니는 노환과 지병으로 고생하시며 몇 년 동안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셨지만, 결국 인생의 마침표를 찍으셨다. 며칠 전 추석에도 뵈었는데… 실감이 나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그날은 우리의 결혼기념일이었다.신기하게도 내 나이 26살 그날 가족이 모두 모였고, 26년이 지난 그날 다시 다른 의미로 모두 모였다. 큰댁 며느리가 된 나  갑자기 신혼시절 큰어머니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생각난다. 당시 큰댁에 양자로 보낸 시어머니의 둘째 아들이 큰집의 장손이었다.(처음에 이해가 안 되었지만, 그땐 그게 말이 되었나 보다.) 그 장손이 미혼인 관계로 집안에는 명절에 일할 며느리가 없었다.나는 명절 당일 하루 전 남편과 시아버지, 시동생.. 2024. 12. 27.
친구를 소환해준 범박동 범박동, 나의 옛 친구를 떠올리다. 요즘 나의 관심사는 부동산 실거래가 분석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 과거를 검증해보면서 미래를 예측해 보는 일이 가장 기초적인 접근 방법이기 때문이다.내가 일하고 있는 서울 쪽을 둘러보다 좀 더 범위를 넓혀 수도권 중에서 나의 고향 같은 부천시 아파트 실거래가를 정리하기로 했다. 소사본동, 심곡동을 정리할 때는 아무런 감각없이 정리했다. 점차 동을 구분해나가다 ‘범박동’이라는 단어를 발견했다. 그때 불현듯 떠오른 친구가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내가 몹시도 좋아했던 친구 현주였다. 그 친구는 당시 내가 좋아했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한 번 도 그 친구에게 내삭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와서 그 친구가 왜 떠올랐을까? 영어를 사랑했던 소녀 현주는 내 기억에 늘 영어책.. 2024. 11. 25.
아버지와 대작(對酌)하는 이유 아버지와 저는 가끔 식사 중에 반주 한잔을 합니다. 함께하는 시간이 별로 없다 보니 친정에 가는 날은 아버지께서 시원하게 보관해 두신 술 한잔을 꼭 권하시는데요. 어쩌다 술자리가 길어지고 취기가 오르는 날엔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옛이야기도 꺼내십니다. 그때마다 어머니는 같은 이야기를 무한 반복하신다며 손사래를 치시지만, 저는 이따금 아버지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으려합니다. 베트남 참전용사였던 아버지는 전쟁에서 얻은 목숨값을 부모님께 보내드렸다고 합니다. 할머니께서는 그 돈으로 농사지을 땅을 샀다고 합니다. 갱지에 간략하게 수기로 계약서를 작성했고, 이전등기절차는 밟지 않았다고 합니다. 등기절차가 지금보다는 복잡했을 것이고, 친척 간에 무엇이 못 미더워 그렇게 서둘러서 등기이전까지 해야 하나 하는 느긋한 .. 2023. 11. 28.
네 잎 클로버(행운)를 찾는 방법을 아시나요? 올해 초부터 새로운 습관 만들기로 아침 산책을 시작했습니다. 산책을 시작한 때는 이른 봄이어서 산책길 주변이 무채색이었지만, 날이 따스해지고 길가에 푸른 새싹이 나오면서 산책길이 싱그럽게 느껴졌습니다. 매일 아침 푸른 새잎들이 쑥쑥 자라나는 모습을 보면 제 마음도 푸릇해지는 기분이었답니다. 어느 날 풀 사이사이 클로버들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낮게 깔린 초록 양탄자를 펼친 듯 넓게 펴진 클로버만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꽃말에 행운이라는 의미가 있어서 아닐까요? 며칠 후 문득 ‘내 운을 시험해 볼까?’ 하는 생각으로 창피함을 무릎 쓰고 네 잎 클로버를 찾기 위해 클로버 사이를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사실은 네 잎 클로버를 한 번도 직접 본 적이 없는지라 기대도 없었답니다. 그런데.. 2023. 10.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