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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체험

제헌절에 찾은 딜쿠샤,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서울의 숨은 역사

by blue river 2026.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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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헌절을 맞아 지인과 함께 드라이브를 하려다 약속이 취소되어 갑작스럽게 계획을 변경해 서울의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장소를 다녀왔습니다. 화려한 관광지가 아니라, 우리 근현대사의 중요한 이야기를 간직한 곳이었습니다.
바로 종로 행촌동에 있는 작은 붉은 벽돌집 '딜쿠샤(Dilkusha)'입니다.
 

 

딜쿠샤는 어떤 곳일까?

이름이 예쁜 '딜쿠샤(Dilkusha)'는 페르시아어로 '기쁜 마음', '행복한 마음'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곳은 광산업과 무역업을 위해 한국에 머물렀던 미국인 앨버트 W. 테일러와 영국인 배우였던 앨버트의 아내 메리 린리 테일러가 살던 가옥입니다.
좁을 골목을 지나자 집 앞에는 오래된 (권율장군과 관련 있는 나무) 은행나무 한 그루가 서 있습니다. 그 앞에서 왼쪽을 바라보면  바로 주택 마당이 보입니다.
이유는 테일러 부부가 이 은행나무가 있는 곳이 마음에 들어 때를 기다렸다 토지를 매입했고, 그 자리에 주택을 지었으니 당연한 까닭입니다.^^
1923년 서울 종로구 행촌동에 완공된 이 건물은 당시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의 서양식 주택이었다고 하네요.
 

왜 역사적으로 중요한가?

딜쿠샤가 역사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3·1 운동을 세계에 알린 장소와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1919년, 메리 린리 테일러는 출산을 앞두고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있었답니다. 그곳에서 우연히 간호사가 숨겨 두었던 3·1 독립선언서를 보게 되었고, 이를 남편인 앨버트 테일러에게 전했겠죠!
당시 AP통신 특파원으로 활동하던 앨버트 테일러는 이 소식을 해외에 타전했고, 덕분에 3·1 운동은 세계에 알려질 수 있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앨버트는 잠시 수감생활도 했다고 하네요.
이후 일본과 미국의 관계가 악화되는 과정에서 테일러 가족은 일본의 감시를 받았고, 결국 1942년 한국을 떠나야 했습니다.
 

추방 이후 딜쿠샤의 운명

테일러 가족이 떠난 뒤 딜쿠샤는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한동안 자유당 국회의원이었던 조경규가 소유했지만, 이후 부정축재자로 지목되면서 정부 소유가 되었습니다.
방치된 기간에는 생활이 어려운 주민들이 무단으로 거주하기도 했습니다.
오랜 세월 잊혔던 딜쿠샤는 복원 사업을 거쳐 2020년 시민들에게 다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2017년 8월 8일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고, 현재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역사문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공간 곳곳에는 메리 린리 테일러가 직접 그린 작품들과 당시 함께 생활했던 한국인들의 초상화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인물화를 보면서 서양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당시 한국인의 모습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단순히 외형을 그린 것이 아니라 표정과 분위기까지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어 한동안 그림 앞에 머물러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니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거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여러 나라의 가구와 장식품, 그리고 우리나라의 병풍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마치 테일러 부부가 지금도 생활하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병풍은 당시의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시중에서 구할 수 없어 직접 제작했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딜쿠샤 복원사업이 단순히 건물을 고치는 데 그친 것이 아니라, 당시의 생활 모습까지 그대로 되살리려는 진심이 담긴 작업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헌절이라서  더욱 의미 있었던 경험

헌법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자유를 위해 싸웠던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용기 위에서 지금의 대한민국이 만들어졌습니다.
딜쿠샤를 천천히 둘러보고, 짧은 다큐멘터리까지 보고 나오니 제헌절이 단순한 공휴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자유와 민주주의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희생 위에 세워졌는지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서울에는 유명한 관광지는 많지만, 이렇게 조용히 우리 역사를 들려주는 공간은 흔하지 않습니다.
제헌절처럼 대한민국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는 날이라면, 한 번쯤 찾아가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딜쿠샤를 나서며 붉은 벽돌집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은 것은,
한 장의 독립선언서가 세상을 움직였던 그날의 용기였습니다.

 

방문 팁

  • 관람료 : 무료
  • 운영시간 : 09 -18시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 근처 함께 둘러볼러 보면 좋은 곳
    • 경희궁
    • 사직공원
    • 독립문
    • 서촌
    • 이회영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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