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임순례
출연 김태리, 문소리, 류준열, 진기주
개봉 2018년
원작 이가라시 다이스케 < 리틀 포레스트 >
러닝타임 103분
영화소개
밥은 먹고 다니니? 부모님이 종종 쓰는 인사입니다. 한때는 이 문장이 지겹다고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맨날 밥 얘기만 하나? ‘사람이 밥만 먹고 사나?’ 하고 말입니다. 일차원적인 해석만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보니 밥이 제일 중요한 거 맞습니다. 내가 먹고 마시는 것이 나의 신체를 구성하게 되니 너무나도 중요한 일이 정말 맞습니다.)
그런 저에게 어느 날 집밥에 도전하고 싶게 하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리틀 포레스트’입니다. 일본만화가 원작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변화를 주어서 별 부담없이 볼 수 있었습니다. 영상도 예쁘고 배우도 예뻐서 재밌게 보았습니다.
줄거리, 감상평
송혜원(김태리)은 힘들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임용고시에 도전했지만, 혜원은 시험에서 떨어지고 합격한 남자친구에게 축하한다는 말도 못 할 정도로 자존심에 상처를 받습니다. 서울살이에 지친 듯 시골집으로 돌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혜원에겐 특별한 엄마가 있습니다. 혜원의 엄마(문소리)는 병든 남편의 쾌유를 위해 고향 집에서 전원생활을 시작하지만, 결국 혜원의 아버지는 혜원이 4살 때 저세상으로 떠납니다. 혜원의 엄마는 혜원과 함께 시골집을 떠나지 않고 농사지으며, 시골 생활에 적응합니다. 한편 혜원은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서울로 독립하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러나 혜원의 엄마는 수능을 치른 며칠 후 여러 장의 편지를 남긴 채 먼저 시골집을 떠납니다. 엄마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하겠다며…. 독특한 성격과 교육관을 가진 혜원의 엄마인 듯합니다.
그런 혜원의 엄마를 빼닮은 성격으로 혜원은 초등학교에선 약간 왕따 취급을 받지만, 혜원의 엄마는 현명한 방법을 어린 딸에게 알려 줍니다. ‘그냥 무시하는 것.’ 그리곤 우울해하는 혜원에게 엄마는 맛있는 간식으로 어린 혜원의 기분을 한 번에 밝게 바꿉니다. 이렇게 영화 중간마다 회상 장면으로 나오지만 이런 부분이 더욱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어깨너머 배운 엄마의 음식솜씨와 농사일은 혜원에게 고스란히 물렸습니다. 잠시 도망치듯 내려온 곳이지만, 점차 내려온 김에 사계절을 지내고 가자는 마음을 먹게 됩니다. 이른 봄 감자를 심고, 늦가을엔 감을 말리고, 장작을 패고, 막걸리를 만들고, 옛 동무들과 만든 막걸리를 마십니다.
혜원을 짝사랑하는 재하(류준열)는 영화 내내 한마디 고백도 못 하고 끝나지만, 은숙 (진기주)도 짝사랑하는 재하에게 고백 못 하긴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더욱 순수한 느낌의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시골의 생활을 그린 단순한 스토리를 가진 것 같지만, 생각해 보게 하는 정말 감동적인 문장이 많은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동창 재하(류준열)가 막걸리 마시고 잠이 들어 잠꼬대하는 장면에서,
“농사가 얼마나 괜찮은 직업인지….”, “꽤 멋진 직업을 가진 것 같아….” 라든가,
혜원이 감자를 심어놓고 “감자 싹이 나오면 다른 식물을 심어도 된다는 뜻이다.”
혜원이 말없이 집에 들어오자 잔소리하는 고모에게 속마음으로
“고모는 고모다. 이모가 아니다.” 하는 말들이 공감이 많이 되는 건 왜일까요?
혜원이 장작을 패고나서 “땀을 뺀 후에는 술이 필요하다.”
혜원이 혼자 지낼 밤을 걱정한 재하는 무심한 듯 강아지 ‘오구’를 데려다 주는데, 혜원이 강아지가 무슨 도움이 되겠냐며 거절하자,
"온기가 있는 생명은 다 의지가 되는 법이야." 라고 말합니다. 이때 재하가 좀 멋진 것 같았습니다.
또 재하가 다니던 회사를 박차고 나오면서
"다른 사람이 결정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아." 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인생에 번아웃이 생기기 전 한 번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저는 다행히도 아직은 번아웃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삶에 여유 있는 공간 하나를 만들어 준 시간이었습니다.
TMI 한가지!! 영화에 나오는 음식은 김태리 배우가 직접 만들었다네요.~~ 예쁜데 음식도 야무지게 잘 하나 봅니다.!!
눈과 마음이 힐링 되는 리틀 포레스트 영화감상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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