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중 동네 산책에 나섰습니다.
며칠 동안 가보지 못한 동네 하천 산책로는 조금 달라져 있었습니다.
푸릇한 새싹이 많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올여름 많은 비에 여러 차례 뿌리째 뽑힌 식물이 얼마나 많았는지
비가 올 때마다 시에서는 관계업체가 흙을 다시 메우는 공사를 해야 할 정도로 많은 풀이 쓸려 내려갔고,
산책로 주변도 더럽혀졌습니다.
넘치는 물살에 무참히 자리를 빼앗겨 황폐해진 그곳이 들풀엔 전쟁과 같은 고통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저를 감탄하게 한 것은 그들이 가진 회복력이었습니다.
조금의 땅이라도 씨가 내려앉으면 어김없이 새로운 생명체가 푸릇하게 돋아나고 있다는 사실에 경외감마저 생겼습니다.
빗물에 휩쓸려 영양분도 충분치 않았을 땅에 어떻게 씨앗이 뿌리를 내렸을까요?
뿌리가 내릴 시간도 없었을 텐데, 언제 새잎을 땅 위로 내보낼 수 있었던 것일까요?
식물의 성장에 관해서 무지한 내겐 미스터리 한 일이었습니다.
그들은 날씨가 좋고 나쁨에 신경 쓰지 않고, 새로 자리 잡은 곳에서 자신의 거룩한 임무를 완수하려는 듯
온 힘을 다해 새싹을 피우고, 다시 힘을 내 꽃을 피우고, 또다시 열매와 씨앗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비가 올 때마다 새로이 번거로운 일을 반복하고 있었지요.
다가올 생사의 불확실함에도 여린 풀이 이렇듯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데,
나는 부끄럽게도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비가 오면 나가기를 꺼리고, 한여름 햇빛이 쨍한 날은 너무 덥다고 안 나서기도 하지만,
풀꽃은 날씨 탓을 하지 않고 제 일을 묵묵히 하고 있었습니다.
실패나 비난이 두려워서 시작도 못 하는 나보다 어쩌면 이름도 모를 풀들이 더 위대하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그들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이런 대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니?’라고 물으면, 아마도
‘그냥 해야 하는 일이기에 매번 다시 시작하죠.’라고 말해 주지 않을까요?.
‘대가를 바라지 않는 실행력’
이것이 그들의 존재가 지속하고 번성하게 되는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저도 이들처럼 목표를 향해 대가보다는 책임을 다하는 하루를 만들어 보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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